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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덕모 부사장, 디지털타임스 기고문
2001-12-03
디지털의 물결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개인정보단말기(PDA)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어떤 영화는 화면이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시각적인 정보를 얻는 것이 지난 어느 시대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 TFT-LCD는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 더없이 적합한 제품이다.
TFT-LCD는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고,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소비 전력이 적어 멀티미디어를 구동할 수 있는 휴대용 응용기기로 적합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노트북 PC·태블릿PC·IMT 2000 단말기를 비롯한 이동정보통신 단말기·PDA·웹패드 등에 TFT-LCD가 널리 사용된다.
또한 LCD 모니터나 LCD TV는 우수한 화질은 물론이고 전자파가 거의 없으며, 플리커라 불리는 화면의 깜박임이 없어 장시간 이용해도 유해 환경 발생과 불편함이 없다. 또한 기존 브라운관 제품의 20~30%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설치할 수 있어 공간을 더욱 넓게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처리해야 하는 디지털 시대에 TFT-LCD가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지난 5월 세계적인 IT 업체인 애플컴퓨터의 CEO 스티브 잡스는 앞으로 브라운관 컴퓨터 생산을 중단하고 모든 컴퓨터에 LCD를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의 세계적 가전 업체인 샤프도 2001년 LCD TV 매출이 브라운관 방식 TV 매출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05년까지는 생산하는 모든 TV 제품을 LCD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TFT LCD 시대가 온 것이다.
내년의 전세계 LCD 모니터 시장은 2400만대, 노트북 시장은 3300만대, LCD TV 시장은 200만대 수준으로 올해에 비해 각각 41%, 27%, 122%씩 고성장 할 전망이다. 내년 3분기에 이르면 오히려 TFT-LCD 공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전망이다. 2005년이면 D램 시장 규모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반도체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TFT LCD 산업에서 한국은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라 섰다. 올해 2분기 한국은 세계 시장 점유율 41.5%로 39.5%를 차지한 일본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한국의 업체 수는 일본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고, 시장에 뛰어든 역사도 일본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다. 이러한 열세 속에서도 한국의 LCD 산업은 업계를 비롯해 정부와 학계가 힘을 모은 결과 지금의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1위의 영광은 그 모두의 땀과 정열에 대한 보상이다.
하지만 한국의 LCD 산업은 지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 업체들의 성장 기세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대만의 5개의 업체들은 정부의 세제 지원, 연구개발비 지원 등 국가 차원의 강력한 지원과 반도체 산업의 경험, 그리고 일본과의 기술 제휴 등을 기반으로 무섭게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지난 해 2분기 대만의 시장 점유율은 9.9%에 불과했지만 올 2분기에는 18.9%로 증가했다. 올해 4분기에는 25%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만 정부의 목표도 한국을 따라잡고 1위에 올라서는 것이다.
이러한 대만의 추격 속에서 우리나라 LCD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세계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투자환경 조성을 해 주어야 한다. 특히 TFT LCD와 같이 FAB당 수조원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의 경우 경쟁국 수준의 정책적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영원한 승자일 것처럼 보였던 일본이 한국에 따라 잡혔듯이 한국 역시 영원한 승자로 남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 갈 TFT LCD의 밝은 미래를 앞두고 그 동안의 피땀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